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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3시 25분

_낮에 잠을 좀 많이 자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느새 3시가 넘었다. 3시부터 북한과 브라질의 월드컵 조별예선경기가 진행중이지만 밤을 새워가며 축구를 볼 정도의 팬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이 시간이 되었다.
_스마트폰이란 놈이 생기고는 거의 트위터의 노예인양 많이 매달려 지내게 되었는데,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것이 갈수록 그림으로 천착하고 있다.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고, 많이 보고 싶고, 많이 알고 싶고 그 사이에서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형편이다보니, 자꾸 이걸로 "뭘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내가 그림을 두고 "일" 을 생각할 만한 정도인가도 의심스럽다.
_다시 또 염치불구하고 그 동안 발걸음하지 않던 지인들의 온라인 공간을 기웃거린다. 이리저리 엿보다보면 문득 문득 울컥하는 때가 있다. 스스로는 그렇게 그림으로 기어들어가고자 하는데도, 울컥하는 것들은 항상 글이다. 그림은 어차피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글은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이런 엿보기 뒤에는 항상 이 쪼그라진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과 가련함과 답답함이 남는다. 한 가지만 하면서 살고자 하는 소박한 것인지, 미련한 것인지, 우둔한 것인지, 오만한 것인지 모를 마음가짐이 이렇게 발목에서 덜그렁거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글을 쓰고 싶어,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쥐고 가슴을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문드문 듣다보면, 거기에 대고 횡설수설 위로인지 격려인지랍시고 몇 마디 짜내다보면, 이렇게 오밤중에 먹먹하게 비틀비틀 이 곳을 찾아와 몇 줄이라도 적고 싶다는 울컥함만 남는다.
_그림과 글 사이, 그리고 생활 앞에서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나는, 그래도 아이폰이 될 수 있을까. 두개의 눈과 하나의 머리과 열개의 손가락으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초라함이 다시 고개를 든다. 내 욕망의 초라함, 손발의 초라함, 불만의 초라함, 초조함의 초라함, 머뭇거림의 초라함.
_문학사적 의의 어쩌고 하며 글쓴이를 격려하겠답시고 앙리 마티스까지 동원해 거창한 소리를 한바탕 늘어놓고서 그런 소리를 왜 스스로에게는 하지 않는가, 혹은 왜 그런 소리를 스스로는 듣지 않는가 조용히 묻는 밤의 침묵에 주섬주섬 가림막을 펴 보았다.

by 먀이느도루 | 2010/06/16 03:49 | 생각, 생각 | 트랙백 | 덧글(0)

문장을 오랜만에 적어볼까 하여.

_또 다시 거의 (라고 쓰고 완전히라고 읽는다) 버려두었던 블로그에 들어왔다. 일(이라고 쓰고 으음.. 복잡다단하다고 읽는)이라는 것을 한다는 멋진 핑계로 이른바 '공식' 블로그에 무려 '공식' 트위터라는 것까지 매일 붙들고 늘어지면서 정작 내 공간은 황무지가 되고 돌과 모래가 휘날리도록 들어와보지도 못했다는 것이 씁쓸하다.
_요즈음은 이 와중에 그래도 하루에 한 쪽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애쓰고 있다. 동시에 잡다하게 이것저것 붙들고 있어 효과적인 독서를 하고 있는지는 자신없지만, 그래도 안 읽는 것보다는 나으리.. 여기고 부끄러운대로 읽고 있다. 많지 않은(이라고 쓰고 글자 그대로 많지 않은 이라고 읽는) 월급을 받으면 이러구러 한 두 권씩 계속 책을 사 모으다보니 슬금슬금 책장도 채워지고 있다. 글 읽고 글 쓰는 사람이 옆에 있다보니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글에 대한 것이 제법 되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손바닥만한 수첩이긴 하지만 더듬더듬 적어보기도 한다. 조금 더 길게,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짙게 글을 써 보자는 생각도 조금씩 조금씩 더해지고 있다.
_제일 애쓰고 마음쓰는 것은 시각 이미지다. 어느 순간 생겨났는지도 불분명한 관심인데 이것이 자꾸자꾸 자리를 넓혀간다. 최근에는 어쩌다보니 사진 전시회를 자주 가고 있다. 그림도 좀 더 구경해보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로는 생각만큼, 관심만큼 많이 접하기는 힘들지만) 그림, 사진, 활자, 색채, 형태 같은 것들에 점점 더 눈길이 간다. 힘 닿고 시간 낼 수 있고 마음 가고 발 닿는 만큼은 그림이든 사진이든 조각이든 책이든 전단지든 보고 또 볼 작정이다.
_갑작스레 '식물을 기른다는 것' 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봄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안 되는 기간동안 세 개의 화분을 들여 놓았다. 비록 모두 작은 것들이지만, 여지껏 화분이나 살아있는 식물에 대한 욕심이나 갈망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많지 않아 스스로 조금 의아해하고 있다. 한 번씩 들여다보고, 빛을 쪼이고, 물을 주고 하는 것들이 정신 없는 와중에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_포스트 같은 포스트 하나 몇 달 째 올리지 않은 블로그에 이번 달에 하루에도 200명 넘는 사람들이 드나들었다는 통계를 보고 이 무슨 조화인가 싶어 유입 키워드를 보았더니 "졸업사진 옷" 류가 10개 가까이 올라와 있다. 어느새 또 졸업사진을 찍는 계절이 되었다. 우스꽝스러운 고양이 그림으로 얼굴을 가린 졸업사진들과 함께 나름대로는 자세히 사정을 적은 글이 아직도 검색엔진에 많이 걸리는 모양이다. 이곳에 왔다 간 그 기천 명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현실 속에서 졸업을 맞이할지, 어떤 생각에 어떤 기분이 드는지, 마치 요새 화분을 보며 느끼는 묘한 기분-이 새삼스러운 관심 자체에 대한 생경함과 함께 느끼는 신선한 기분, 순수한 호기심, 약간의 애틋함 혹은 동정 같은 것과 함께 느끼는 연한 애정 따위가 뒤섞인-으로 상상해 본다.
_고민은 언제나 많고, 걱정은 줄지 않고, 혼란은 이어지고 있지만 천만다행인 것은 꽤 오랫동안 나를 쥐고 흔들던, 근거가 없어 해결책도 찾을 수 없었던 불안과 고독에 대한 위안을 내 안팎에서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은 들어도 늘 흘러나가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귀에 담기기 시작한 것 같다. 상황이 변했고, 경험이 조금 늘었고, 마음을 조금 고쳐먹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올 봄에는 매화, 목련이며 라일락 들을 채 보지 못하고 흘러왔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by 먀이느도루 | 2010/05/06 01:06 | 마지막 칸 서랍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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