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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사진

_사진을 찍기 시작한지는 이제 2년 정도 되어간다. 내가 사진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세 가지가 있었다. 아, 세상에 이런게 있구나하는 최소한의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버지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간혹 가족끼리 놀러나갔을 때 똑딱이(자동카메라)로 우리의 모습을 담는 정도에 그치셨지만, 우리를 데리고 카메라 상가 같은곳에 가시거나 관련 잡지를 보시곤 해서 아버지가 카메라와 사진에 관심이 있고, 그것이 관심을 가질만한 대상이라는 생각은 어렸을 때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유아기와 아동기-_-를 거치면서 점점 피사체로서의 흥미를 잃어갔고, 급기야는 졸업식때 사진을 안 찍겠다며 이상한 고집을 잠깐 부리다 굴복하기도 했다. 이상하게 카메라 앞에만 서면 표정이 굳어지고 그나마도 좀 웃어보면 이상하게 썩소 비슷한 떨떠름한 표정으로 변질되는게 스스로도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_ 사진에 대한 관심이 점점 옅어져 거의 다 사라져 갈 즈음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 와서 만난 한 언니다. 과반 선배였던 그 언니는 FM2와 로모를 썼다. 이 언니 말고도 다른 몇몇 선배들이 취미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그 중에 로모를 쓰는 사람이 몇 되었다. 세상에 로모라는 이름의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알고, 그것이 특이한 사진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들을 듣고, 그 사진을 보고, 그 카메라로 찍히고 하면서 어라, 이것보게-하는 관심이 생겼다. 마침 한국에 서서히 자리를 틀던 디자인문구와 리빙데코?용품 시장에서 한 두번 로모들을 저하면서 저건 도대체 카메라야, 장닌감이야 하는 의문을 갖고 있던 차에 때마침 그 사용자들을 만난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 언니"가 FM2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몇 번 보고, 몇 번 찍히고, 급기야는 한 번 직접 만져보고, 사진을 선물받고 나자 사진이라는 걸 나도 찍어보고 싶다! 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것이 대학 1학년 여름 무렵이었다.
_ 하지만 사진이라는 건 찍어보고 싶다고 그저 찍기 시작하기에는 너무 먼 세계의 물건이었다. 피사체야 온 세상 모든것이라 할 지라도 적어도 내 소유의 카메라와 필름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던 차에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세 번째 계기, 빨간카메라ㅋ다. '토이카메라' 전문 쇼핑몰이라는게 세상에 있다는 것을, 그보다도 '토이카메라' 라는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메라는 뭔가 전문적이고, 크고 무겁고, 비싸고,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그래서 내가 함부로 '내 것'을 가질 수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은 다 쓸데없다는 게 드러났다. 이 이전에 이미 디카의 세상은 펼쳐지고 있었지만 아직 '내 디카' 보다는 '우리집 디카'의 개념이었고, 무엇보다 선배 언니의 FM2로 찍힌 내 사진 한 장 때문에 디카보다는 필카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토이카메라라는 녀석이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_ 결국 나의 첫 카메라는 토이카메라가 되었다. 그것도 심지어 프라모델. 말인즉슨 내가 직접 프라모델 조립하듯이 플라스틱 판에서 하나하나 부품을 떼어내 칼로 모서리를 다듬고 그림설명서를 보며 번호에 맞추어 조립하는 '수제카메라'였다는 것이다! 한없이 조잡스런 카메라였다. 게다가 내가 '직접' 만들었으니 어련하겠는가. 하지만 다 만들고 나서 이곳에 자랑스럽게 사진까지 찍어 올렸을만큼 소중한 카메라였다. 비록 그 녀석으로 제대로 된 사진은 한 장도 찍지 못했고(하지만 재밌는 사진은 몇 장 얻었다.) 지금은 이미 액자처럼 얌전히 책장에 올려져 있긴 하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녀석이다. 야금야금 사 들인 카메라는 어느새 네 대에 이르렀고 이젠 토이를 넘어 RF를 곁눈질 하고 있으며 어느새 내가 찍은 사진은 천 오백장을 넘어선 듯 하다.
_ 보이면 찍고, 예쁘면 찍고, 눈에 띄면 찍고, 그냥 한번 찍어보고 하던 사진이었다. 형태와 색깔만 신경쓰느라 그저 어설픈 달력 사진같은 것만 계속 찍었고, 어쩌다 우연히 좋은 시간에 좋은 장소에 좋은 각도로 셔터를 눌러 나름대로 그럴듯한 사진을 얻으면 좋아라 하곤 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목적성 짙은 피사체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빛과 그림자를 살펴보게 되었다. 1초도 안 되는 찰나를 낚아채 집어 넣은 딱 한 컷의 프레임안에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 처음에는 자랑하듯 '그림이 예쁜' 사진을 선물하곤 했지만 점점 사진 한 장으로 번다한 편지를 대신하고 싶어졌다. 처음에 사진은 신기하고 특별한 취미였지만, 이제는 나의 생각과 시선을 표현하는 하나의 매체이고, 소통의 통로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에야 비로소 그가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듯, 이제서야 사진이 나에게 다가와서 손을 건네나보다.
_ 사진이 꽃이 되었건, 떡이 되었건, 몇 가지 분명한 것은 카메라를 잡고부터 내 주변의 작은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 하늘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는 것, 무엇보다 모든 사물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찍어도 수평이 안 맞고, 노출이 부족하고, 구도가 조잡한 사진 밖에 못 건질 지라도, 저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사진을 계속 찍을 핑계로.

131. 사진

by 먀이느도루 | 2006/10/17 14:20 | 생각, 생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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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푸로 at 2006/10/28 01:44
ㅎㅎㅎㅎ나 수동카메라 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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