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loos | Log-in


홍콩, 가고 싶다.


공항에 도착해서 번체자와 영어로 적힌 표지판을 보았을 때, 느꼈다.
아, 여기가 홍콩이구나.


트램, 땡땡거리는 신호등, 한자와 광동어로 적힌 어지러운 간판들
부러질 듯 쓰러질 듯 아찔한 건물들

빨간 택시, 빨간 택시, 빨간 택시.
비록 한 번도 타 보진 못했지만 보고 싶다.

여행 기간 내내 발이 되어 준 정겨운 트램.
돌아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한 대 한 대 광고를 찾아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낯선 광동어로 대화하는 홍콩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며 나란히 앉아서 타고 가던 것도,
문 앞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사진기 셔터를 눌러보던 것도,
그립다.


한자로 쓰인 빨간 간판과 빨래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녹색 빛이 눈에 띄어 셔터를 눌렀는데
막상 찍고 나서 보니 건물 꼭대기에 멋진 그래피티가 있었다.
옆에 서 있던 분홍색 건물도 찍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찍고 나서 보니 참 마음에 든다.
이 사진을 보니, 홍콩에서 나던 냄새가 다시 나는 것 같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 오만 것이 다 섞인 것 같은 그 오묘한 냄새.

아침엔 습습하고 찬 공기가 싫어 이불을 두 개나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일어나지 않으려 버티고
저녁엔 그 날 하루동안 찍은 사진, 산 물건, 각종 영수증과 안내문, 그리고 또 많은 것들을 늘어놓고 이야기하고
엎드려 야식을 먹고, 일기를 쓰고, 다음 날 돌아다닐 곳과 볼 것, 먹을 것을 도란도란 정해보고
다시 습습한 공기를 피해 온 몸에 타월을 두르고 이불 두 개를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잠이 들었던
아홉 밤
그리고 다음 날, 홍콩을 떠나는 아침.
습하고 찬 홍콩의 공기에 늘 뽀송뽀송하지 못하고 조금은 눅눅했던 이불의 냄새도 생각난다.

+ + +

_요새 문득 부쩍 홍콩이 자꾸 생각나서 전에 찍은 사진들을 뒤적여 포스팅을 해본다. 사진을 다시 보고, 글을 끄적이다보니 더 그립다. 기억이 늘 그렇지만, 이 사진보다 사진 너머의 이미지가, 그리고 그보다 그 곳에서 맡았던 냄새들이 더 큰 그리움을 피워올린다.
_바삭하고 촉촉하고 달콤한 多士. 진한 나이차, 길에서 먹었던 이름도 모르는 간식들, 그리고 또 많은 것들. 다시 가고 싶다.

by 먀이느도루 | 2008/10/31 21:00 | 중간 기항지 | 트랙백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choiceiv.egloos.com/tb/182989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레이라 at 2008/11/03 00:31
홍콩 정말 최고였지. 다시 가고 싶고, 무엇보다도 살고 싶어.
나도 요즘 부쩍 홍콩 생각 자주 해. 너무 좋았어.
네가 말하는 것들이 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그리워.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라니.
Commented by 먀이느도루 at 2008/11/04 14:34
레이라 님/ ㅇㅇ 마지막 사진 보니까 떠나올 때 기분이 생각나서.....
다시 가고 싶다. 다시 같이가면 더 좋을거야.
Commented by 알파걸 at 2008/12/16 23:21
여행가고 싶다 ...... ㅠ 몹시 여유로운 마음으로 정말로 여유롭게 거닐다 오고 싶다 -
나 그래서 심지어 오늘은 다이어리를 샀는데
포토 다이어리야 - ㅋㅋㅋ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