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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기]에르메스 엉 자르뎅 아프레 라 무쏭

원문 : http://cafe.naver.com/perfumelove/94420
네이버 카페에 썼던 글을 옮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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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단 향수 이름 [무쏭] 으로 짧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좀 깁니다...

(사진 출처 : http://nowsmellthis.blogharbor.com/blog/_archives/2008/5/3/3673155.html)

 

_손목에 꼭꼭 찍고 시향했어요. 이 향수는 시향기를 찾아보니 좋아하시는 분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이 향을 맡으면서 여행 떠난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어요.

_첫 향은 아주 우거진 풀숲에 들어갔을 때 날것 같은 향이에요. 나무에 뒤덮여 하늘이 안보이는 다큐멘터리 같은데 나올 법한 숲이요. 짙은 초록색이 떠오르는 조금 싸한 풀향과 목 안쪽을 자극하는 화한 느낌이 나는데 화한 느낌이 아마 생강인 거 같아요. 그리고 그 뒤에 미끌미끌한 느낌을 주는 향이 따라와요. 물이 많은 과일의 향이에요. 멜론향 같기도 하고 수박 껍질 (하얀부분) 냄새 같기도 해요. 향을 맡으면서 소리가 떠오르는 건 처음이었는데요, 얼굴만큼 커다란 나뭇잎에 후두둑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연상돼요. 다이내믹한 향료의 향과 짙은 풀향, 물향이 함께 나서 그런가봐요.

_시간이 지나면 화한 느낌이 조금 수그러들고 멜론/수박껍질향이 점점 떠올라요. 대부분의 시향기에서 '(지나치게)달다'는 글을 봤는데 이상하게 저는 달다는 느낌이 하나도 안 났어요. (코가 너무 특별한가-_-;;;) 저는 비오면 실내에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물의 느낌이 점점 강해지면서 향수는 생기가 솟아나는 느낌이지만 제 기분은 차분해지네요. 원두막이나 유리창 옆에 조용히 앉아서 비 내리는 걸 가만히 바라보면서 빗소리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전에 여름, 그것도 장마철에 꽤 긴 시간 도보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이런 적이 많았거든요. 걷다가 장마비가 쏟아지면 원두막이나 지붕 아무데나 찾아서 그 아래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이야기도 하고, 아픈 발도 주무르고, 잠깐 쪽잠을 자기도 하고요. 굵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점점 강해지는 물냄새와 더운 날씨에 피어오르는 수증기의 습습함, 그 안에서 전해오는 생명력이 담긴 냄새를 맡으며 친구들과 보낸 그 시간이 전 참 소중한데요, 무쏭은 그 때를 떠오르게 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격하게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_그 다음에는 꽃향 같은 향이 점점 올라오네요. 화사하고 화려한 꽃향이라기보다는 약간 매운, 얼얼한 꽃향인데요, 왠지 꽃잎이 크고 둥글넓적하고 두꺼운, 싱그럽고 큰 하얀 꽃에서 날것 같은 향이에요. 장마비를 흠뻑 먹고 활짝 핀, 꽃잎을 따거나 줄기를 꺾으면 진하고 얼얼한 풀냄새가 나는 수액이 고일 것같은 그런 꽃이요. 한여름의 왕성한 생명력이 연상되는 향이에요.

_좀 이상한 것은 이런 상상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물의 느낌이 주를 이루지만 보통 여름 향수라고 하면 많이 떠올리는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수증기의 느낌이 나면서 습기 속의 열기를 예상하게 하는 향이에요. 여름에 비 쏟아지면 시원하면서 좀 후덥지근한 느낌도 나고 그러잖아요. 생강향이 화-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어서 그런걸까요?

_시향지에 시향했을때는 마지막에 향나무 부채향이 났는데 손목에 뿌리니 느낌이 좀 다르네요. 여기까지 노트에 적고 잔향이 올라오길 기다리다 잠들어버려서(한밤중에 시향했거든요^^;;) 잔향이 어땠는지 자세히 적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차분하고 온화한 느낌의 향이 남았어요.  보통 화장품류에서 나는 향은 아니구요.

_저는 더운 계절, 더운 나라로 여행가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추운게 세상에서 제일 싫답니다ㅠ_ㅠ 그래서 겨울만 되면 한국을 떠나 따뜻한 남쪽 어딘가로 가고 싶어서 아주 몸살이 나는데요, 이 향수 시향하면서 열대우림으로 여행 갔다 온 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여름마다 갔던 여행들이 하나하나 떠올라서 또 좋았고요.

+ + +

향조는

 

Top notes: ginger, coriander, cardamon
Middle notes: ginger blossom, black pepper

Base notes: vetiver

 

_네.. 이 중에 아는 건 생강과 후추-_-뿐이군요;; 시향기가 추상적으로 흘러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네요.

_찾아보니 coriander는 고수풀, cardamon은 생강과의 다년생식물 소두구라고 나오네요. 고수풀은 설마 대개의 한국 사람들이 그 향과 맛이 '음식에서 날 만한 것이 아니다' 라고 느낀다는 (경상도였던가 어느 지방에서는 먹는다고 들었어요. 스님들도 드신다고 들었구요.) 바로 그 풀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저는 왠지 더 급호감~ 저는 그 풀 향과 맛이 아주 희한하고 독특한게 은근 중독성 있어서 좋더라구요;;; 베트남 쌀국수나 중국식 중국요리 같이 먹을 기회 있으면 꼭 넣어달라고 해서 먹어요. (혹시 향사에 고수/팍치/샹차이 좋아하시는 분 안 계시나요-) 소두구는 이름 처음 들었는데 요리에 많이 쓰이는 모양이에요. 달콤한 향이 난다는데 궁금하네요. 그리고 생강꽃!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향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상상한 꽃모양과 과연 비슷할것인가... 베티버는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역시 무슨 향인지는 전혀 모르는 의문의 향료 대표주자네요.

 

뭐.. 결론은 시향기 길이만큼 이 향 정말 마음에 듭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그렇다는 말씀.]



by 먀이느도루 | 2009/03/04 02:53 | 생각, 생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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