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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다.

_스스로의 비겁함에 대해 진저리를 치다 글이라도 적어보기 위해 로그인했다. 어찌된 일인지 로그인을 하자 이글루스 메인으로 옮아가서 이오공감이며 밸리며 온갖 곳에 올라온 혼란스러운 글들을 한참 읽게 되었다. 사실 처음 글을 적어야 겠다 생각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 - 취직과 연애 - 으로 인해 어지러워진 마음에 그냥 누구에게라도, 어디에라도 욕을 퍼붓고 싶으나 실제로는 그럴 용기조차 없는 스스로의 비겁함에 문득 진저리가 났기 때문인데, 어지럽고 혼란한 시국에 온갖 주장과 반론과 의문과 논리가 (혹은 그런 이름을 달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이글루스를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개인사에 대한 격한 감정은 쑥 들어가 버렸고, "지금 이 곳"의 상황이 감당하기 힘든 크기와 무게로 툭 떨어졌다.
_대한민국 건국 이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역사의 현장"이 아니었던 사람이 있겠냐마는, "지금 여기서 내가(혹은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너무 크고 급박해서 숨이 막힌다.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이 피하거나 벗어나기 힘든 거대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통감한다. 하지만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전혀 다른 차원에서, 혹은 더욱 기본적이고 중대한 차원에서 더 크고 절박한 문제에 온몸으로 부딪히고 있는 사람들이 별만큼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지금은 인정하기 싫고 인정할 수도 없지만, 이 또한 역사책에 몇 줄, 혹은 몇 장에 남을 사건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내 인식이 닿는 한계에 서서 보면, 나비 날갯짓에 이는 바람과 그에 흩날리는 꽃가루일지도 모른다. 무엇이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생각과 다른 생각들이 얽히면서, 팔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사람으로 살아갈 때,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살아가야 마땅한 것일까. 얼마만큼 미시적이어야, 혹은 어디까지 거시적이어야 "적당한" 것인지, 혼란스럽다.
_맨 처음 글을 적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로그인을 할 때 생각했던 글의 제목은 "아름다운 밤이다" 였지만, 막상 글을 적으려하니 어떤 제목도 붙일 수 없었다. 그만 적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빈 제목 칸을 보자 그저 "밤이다" 라고 밖에는 적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밤이다. 방 안에 앉아 있기에 보이지는 않지만, "깊은" 밤인 것 같다.

049. 밤

by 먀이느도루 | 2009/05/29 03:13 | 생각, 생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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