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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습습하고 달달한 대기의 유혹같은.

우울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었어.
..
온갖 아름다움이란 것이 일시적이고
다만 얼마 동안 빌려온 것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
그리고 우리가 인간들 틈이나 나무와 극장과 신문 사이에 있으면서도
마치 차가운 달 표면에 앉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독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은 누구나 다 우울하지.
..
우울은 인식의 시초일 뿐이야.
..
그런데 이 세상에는 거짓 우울도 있는 법이야.
..
많은 사람들에게 우울은 겉으로만 그럴 뿐이고
어떤 의도 내지 센티멘털리즘의 표시일 뿐이야.
정말로 우울이 깃들인 눈에는 활기, 집중, 분주함 같은 것들이 있지.
그러나 이것은 무대의 막일 뿐이야.
그 뒤에 무대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해.
그런데 간혹 가다 막이 올려지면 사람들은 뒤가 어둡다는 것과,
거기에 한 사람이 아무 희망도 아무 분노도 없이 앉아 있고,
누군가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좀더 좋은 세계로 데려가려 하면
그가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들을 체험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좀더 좋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거야.
..
그는 이미 우울에 중독된 거야.


......



루이제 린저 作 /박찬일 譯 『삶의 한가운데』중에서.

by 먀이느도루 | 2004/05/06 00:31 | 생각, 생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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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갱 at 2004/05/11 02:33
이런걸 느끼는 게 천재라는 증거인 것 같아.
부럽긴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되기엔 좀 주저하게 되는.
Commented by 먀이느도루 at 2004/05/12 01:38
이갱/그죠 언니...부럽긴 하지만 저걸 직접 느껴본다는 건 조금..두려워요.
가려진 막 뒤가 궁금한데 열어보면 혼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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